콜로라도 픽업트럭이 눈에 들어온 것은 본격적인 캠핑 생활에 발을 디디면서부터입니다. 나들이용 텐트로 가볍게 시작한 캠핑생활에 재미가 들려 어느덧 루프탑텐트까지 사들일 정도가 되었으니 말 다했죠. 캠핑 종착역이 캠핑카라는데 거기까지는  안 가는 게 목표입니다.

각설하고 갑자기 콜로라도 픽업트럭을 처음 사던 2년 전이 생각이 나서 이번 포스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적재함텐트 시절

캠핑라이프를 이뤄준 픽업트럭

기존에 타던 k5 하이브리드는 자동차 보증기간이 만료 되기 전에 중고로 팔 게 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라서 고장 나면 눈퉁이 먹을 생각에 애초부터 계획을 세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차량 구입시기가 캠핑에 맛 들리던 캠린이 시절이었는데, 캠핑용으로 짐도 넉넉히 실으면서 패밀리카로 남편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콜로라도 픽업트럭에 꽂히다

4륜 suv로 한창 알아보다가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은 차량을 보게 되었으니 그게 바로 콜로라도 픽업트럭이었습니다.

'뭔 트럭을 산다는 말인가?'라며 의아해했지만 덩치남인 남편에게는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차값이  4천만 원 대인지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저로서는 예쁘장한 suv를 놔두고 픽업트럭을 산다는 남편이 이해가 될 턱이 없었습니다. 

 

벼르고 한 픽업트럭 시승

몇 달을 고민하는데 '그럼 시승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덜컥 시승을 예약했고 같이 시승을 하러 갔습니다. 

트럭이니까 용달차처럼 승차감이 안 좋을걸 예상했고 그렇다면 저의 부정적인 시승기를 듣고 남편이 마음을 돌릴 것 같았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승을 원하는 지점을 선택하고 마침내 시승을 하게 됐습니다. 그 전에 수도 없이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막상 보니까 정말 거대하긴 했습니다. 

 

카니발 보다 콜로라도를 선택하다

제가 "너무 크다"를 연발하니 카니발 정도의 사이즈라고 하더라고요. 트럭을 이 돈 주고 사야 하나 정말 현타가 왔습니다. 만약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당연히 콜로라도 보다는 카니발을 선택하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다고 제가 시승을 해보라고 부추겼으니 일단 타보긴 해야겠죠.

덜컹덜컹 시끄러운 트럭 소리라도 나면 제가 표정이 안 좋아질것이 분명하니 '어디 한번 타고나 보자' 싶었습니다. 

 

의외의 승차감에 반하다

차량 내부도 아재 느낌 나는 투박한 인테리어에 기아봉은 어찌나 예스러운지.. 심지어 사이드미러는 손으로 직접 접어야 했습니다. 옵션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시승을 해봤는데 이게 웬걸?

의외로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suv 정도의 승차감이랄까? 의외성에서 큰 점수를 준 지는 몰라도 엔진소리도 시끄럽지 않고 트럭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요즘 픽업트럭은 적재용량 외에도 승차감도 신경을 쓰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소음이나 진동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용했고 승차감면에서도 불만을 가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러니 남편이 더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캠핑용으로 쓴다는 남편에게 설득되다

저는 이 트럭을 사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캠핑용으로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허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이 혼자 낚시 다닌다고 했다면 분명 반대했겠지만 저와의 시간을 위해 콜로라도 픽업트럭을 선택한다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국산차로 렉스턴스포츠 칸이 있었지만, 비교를 위해 이미 시승을 해본 터라 크게 비교가 됐습니다. 소음과 진동이 너무 컸고 그 차를 패밀리카로 쓴다면 불만족스러운 것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1천만 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개인의 취향이 너무 강력하게 작용했기에 남편에게 설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전에 단단히 약속을 받아놨습니다. 할아버지 될 때까지 평생 고치면서 탈 거라는... 옵션이 많이 없어서 고장 날 것도 별거 없다고 했습니다.

 

차주는 만족하고 있을까?

그로부터 2년이 꽉 채우고 만 3년이 됐습니다.

실제 콜로라도 차주와 가족들은 만족하고 있을까요? 

시트가 딱딱한 편이라 처음 장거리 여행을 갔을 때는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 전의 세단에 비하면 당연히 시트가 푹신한 편은 아니어서 불만을 이야기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점점 딱딱한 시트에 적응하게 되면서 어느새인가 그런 불만이 싹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캠핑 라이프에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캠핑 갈 때 트렁크에 테트리스를 쌓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만, 저희는 그럴 필요 없이 박스별로 주방과 거실로 짐을 나눠서 여유롭게 싣고 다니고 있습니다. 더욱이 동계 캠핑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난로와 기름까지 주야장천 싣고 다니니 '콜로라도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난로를 싣고 다녔을까?' 싶습니다.

높이도 높아서 보통 기름 난로를 싣고 다니시는 분들은 트렁크에 미처 안 실려서 뒷좌석에 싣고 다니시던데 저희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기름 냄새 안 맡으면서 캠핑에 다닐 수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눈길, 진흙탕길을 헤쳐나가는 힘

데일리카로 쓰고 있기 때문에 매일 주행하는 차입니다. 시내주행을 주로 하는데 연비는 9~10 킬로미터 정도 나오는 수준이고요. 올해 겨울에 정말 콜로라도 덕분에 눈길을 헤치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4륜구동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경사가 높은 저희 아파트 특성상 차들이 헛바퀴가 돌면서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할 때 눈을 헤쳐 나오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진흙탕이나 패인 땅에 빠졌을 때도 그렇고요. 험로주행이 특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의외의 장점 한가지 더

트럭으로 분류돼서 세금 혜택이 좋다는 장점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연간 2만 원 대 세금은 정말 큰 혜택인 게 분명합니다.

그 외에도 콜로라도 오너만 알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 또 있는데요. 바로 냄새나는 음식물을 적재함에 실으면 전혀 실내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냄새가 안 빠져서 생선도 안 굽는 저희 집의 특성상 냄새가 차 안에 배는 것도 못 견뎌하기 때문에 이 특징을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2년간 콜로라도 픽업트럭 차주로서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써봤는데요. 많이들 공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콜로라도 단점도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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